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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삶

걷기 유전자

엄마는 걷기를 좋아한다.

나도 걷기를 좋아한다.

근데, 이제껏 살면서 함께 걸은 적은 별로 없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그렇게 각자 걸었고,

각자 살았다.

 

 

엄마는 아프고 나서부터

더 악착같이 걸었다.

운동을 목적으로,

체력을 이유로,

무언가 잊기위해서,

엄마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대부분의 시간동안

나는 엄마와 함께했다.

주중엔 퇴근하고 오는 나를 기다려 집 앞 공원을 걷고,

주말엔 서울 시내를 구경가거나,

외곽의 걷기좋은 길을 찾아다녔다.

처음엔 별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었다.

너무 많이 떨어져 지냈고,

너무 다르게 살아왔다.

엄마가 아픈 것이 우리를 힘들게 했고,

엄마가 힘들지 않은지를 체크하며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걷는 시간이 쌓여서 일까.

엄마 몸상태가 조금씩 호전되는 것이었을까.

우리는 조금씩 대화를 이어나갔고,

엄마의 옛 기억, 나의 결혼 생활,

(엄마가 끔찍히도 하기 싫어했던) 정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걷듯이 자연스럽게.

 

 

명절 연휴엔 4시간이 걸려 용문사에도 다녀오고

 

 

 

 

 

또 어느 겨울날엔 다산길도 걸어보고

팔당댐도 보고

 

 

 

 

다시 지어지고 나서 처음 가 본, 남대문.

이날의 목적은 남대문시장이었지만... 

 

 

조금 멀리가고 싶을땐 기차도 타보고

 

  

 

  

 

 

 

아주 무더운 여름날엔 이열치열로 북한산 둘레길을...!

 

 

   

 

 

이제는 다시 먼 곳에 떨어져있지만,

함께 걸을 시간을 자꾸자꾸 만들어봐야겠다.

모녀의 걷기 유전자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