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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삶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모르는) 백패킹

가고싶다, 백패킹.....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아는 선배가 다른 후배에게 '백패킹갈래'라고 묻는 걸 훔쳐듣고는, '나도 데려가요'라고 외쳤다는, 아주 기가막힌 기회)로 백패킹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제대로된 장비도 없고,

배낭도 꾸릴 줄도 모르지만,

일단,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뭣 모르고 출발.

 

짐싸는 것부터 난관.

다행이 1인용 텐트는 빌렸으나,

텐트를 넣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35L 배낭은 미어터짐.

 

 

이 모양으로 침낭고개가 빼꼼히 나온 채로 고속버스에 실림.

오늘의 캠핑지는 속리산.

 

 

봄날의 한적한 농촌 들녘을 지나,

 

 

초록초록한 숲길을 지나,

 

 

 

한참을 올라갔는데도 아직 산행 중.

이미 시간은 6시를 넘어가고(해도 넘어가고)

선두는 길을 잘 찾지 못하고(후미에선 힘들다고 방언이 터지고)

내 랜턴은 고장나고 배는 고프고 무섭고 힘들고 짜증나고

열폭하기 직전에 겨우 도착한 야영지.

 

 

선배에게 빌린. 간지나는 1인용 노랑이 블다 텐트를 휘리릭 치고(정말 휘리릭, 치더라)

배낭 가득 싸온 밥과 안주를 쳐묵쳐묵. 어두워서 사진도 없네....

 

새벽이 되서야 겨우 잠에 들려고 했으나,

딱딱한 바닥에 등은 배기고 수평이 맞지 않아 계속 데구르르르 굴러가고

바람 불어 추운데 옆텐트 코골이 소리는 어마어마하고,

결국 한숨도 못자고 일어나야 했던,

다시 새애벽.

 

 

일어나보니 이런 하늘.

비몽사몽간에 바라본 끝내주는 하늘.

아.

이맛에 백패킹을 오는구나.

 

저 아래 노랑이 텐트도 우리 일행.

근데 중요한 것은 저 텐트들 모두 3미터 앞이 낭떠러지. ㅎㄷㄷ

 

 

가슴이 정말 화악- 열릴 것같이 멋진 절경.

푸름 가득한 하늘.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속이 시린 새벽 공기.

 

다들 초췌한 몰골로

남은 음식을 박박 긁어 아침을 먹고,

 

다시 숲길을 걸어 하산함.

 

백패킹은

그야말로 자연의 곁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힘들지 않게 자연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선 그만큼 준비(장비나 몸과 마음의 상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간이다.

그리고

나의 하루치 의식주를 가방 안에 담으면 그렇게 무겁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다.

힘들다는 기억이지만 묘한 끌림이 있는 백패킹,

또 다시 떠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