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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떠는 삶

당신과 나의 온기

꿈을 꾸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인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흥이 올랐다. 내 옆자리엔 평소 애정하던 연구자가 앉아있었다. 요즘 읽는 책, 듣고 있던 강의,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며, ‘아 이 사람과는 참 잘 통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는 너무 따스했고,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잠시 화면이 바뀌어, 그와 나는 둘만 나란히 앉아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참동안 그의 눈을 보았다. 이 사람과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몇 번의 키스를 나누었고, 이야기를 하고, 다시 키스를 나누고, 몸을 만졌다. 오랫동안 온기가 느껴지는 따스함이었다. 꿈 속 에서도 기분이 너무 좋아 이게 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꿈이지 않길 바랬다. 이렇게 그의 눈을 계속 마주 보고 서로를 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 깬 순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는 출근을 하고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문득, 그 꿈 생각이 났고, 느낌이 되살아나 너무 설레기 시작했다. 상상만으로도 따뜻했다. 다시 그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 꿈을 생각한다. 꿈에서 등장하는 그 분은 무척이나 애정하던 연구자라, 꿈을 꾸고 난 뒤 그에 대한 애정이 더 증폭(!)되기도 하였다. 잠깐 동안 오랜만에 짝사랑 세포가 살아나나 싶기도 했다.(그분은 무슨 죄인가...) 하지만 내가 계속 그리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꿈 속 에서의 그 온기였다. 따뜻했던 눈빛과 감촉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그리워하는 건 결국, 이거였다. 잊고 있었다. 내가 정말 그 온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 충만함을 주는 스킨십. 당신과 나, 그거면 됐다, 싶은 오롯함. 잊고 있었지만, 사실 너무 그리웠다. 그리웠지만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고, 경험하기 힘들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 파트너의 문제라기보다는(그럴수도 있지만), 나의 이런 감정과 생각을 설명하기도 힘들고 이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포기해야 하나.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다. 허망하다. 아마도 그래서 오래도록 잊고 있었나보다. 아니, 잊어야 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도록 그 꿈을 생각하고 싶다. 그 안온함을 간직하고 싶다. 한동안은 이 설렘에 기대어 살고 싶다. 애정하는 연구자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다시 한번 꿈에 등장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시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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